2. 먼 옛날, 아주 먼 먼 옛날에 '프리스트 온라인'이라는 온라인 게임이 있었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된다 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형민우 작가의 액션 만화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으로... 당시 full 3D 게임의 초창기에, 누구도 하지 않았던 non targeting 방식의 조작과 함께, 무려 18금 온라인 게임이라는 미친 짓을 시도했었던 그런 게임이 있었다.
대충 포스터 보시면 감이 오겠지만, 상당히 상태 안 좋은 게임이었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 했지만, 심지어 분노 게이지가 차면 상대방을 난도질해서 죽일 수 있는 스킬까지 있었으니 말 다 했지... 이 때가 무려 2002년이니까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하나? 여튼 뭐 흥행엔 쪽박찼던, 요새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게임이 있었다.
4. 2002년. 모두에게 월드컵으로 기억되겠지만, 내게는 다른 의미로 특별한 해였다. 프리스트 온라인이 베타 테스트를 처음 시작했고, 나는 경험 일천한 어린 팀장으로 여기저기 팔려다니고 있었다. 생애 첫 해외출장으로 E3에 가 보기도 하고, 게임 잡지에 컬럼을 싣기도 하고, 이런 저런 매체에 인터뷰도 하는 등 마치 잘나가는 어떤 사람인 것 처럼 행세도 하고 다녔었다. 스물 일곱 나이에 30명 가까운 팀원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었고, 당시에는 독특하기 그지없었던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때는 참 기운도 넘쳤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5.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정말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프리스트 온라인은 형편없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고,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 게임은 이후 러쉬 온라인이라는 제목으로 좀 더 대중적인 게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러쉬 온라인도 얼마 못 가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만다.)
6.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젊은 날의 추억이다. 혈기만 넘치고 연륜은 없어서, 엄청난 공력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마는... 그 후로 프로젝트에 그런 열정을 쏟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가끔, 그때의 나는 제법 빛이 나고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하 짤방은 당시 직접 그렸던 각종 설정화 등등...(PM 겸 기획 겸 디자이너라는 미친 짓을 하던 시절이었다.)
1. 뭐 좀 귀찮은 거 싫어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했고 여러가지로... 출장갈 때 공항이나 호텔이나 뭐 이런 '할 거 없어서 지칠 때'만 업데이트가 됩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뭐. 난 쿨한 남자니까.
여하튼 지금 현재는 인천 공항 아시아나 라운지. 뻔질나게 출장을 다니다보니 아샤나의 다이아몬드 클래스란 것이 되어서 입장 -.-v 좋습니다. 네... 세상은 역시 돈이네요......
2. 칸? 칸느? 깐느? 어쨌든 그 영화제로 유명한 Cannes에 갑니다. 오오~~!! <-- 라고 나도 처음에 생각했음. 생각해보니 거기 시간으로 일욜 밤 12시 도착에 월,화 업체들 만나고 수욜에 영국 가야 되니 칸느든 수원이든 별 다른 것도 없을 듯. 저녁에 조금 시간이 있으려나... 같이 간 출장자들과는 모르는 사람인 척 할랍니다.
시크한 한국의 젠틀맨은 외쿡에서의 고독을 즐긴답니다.
3. 다 좋은데, 비행기는 어째서 독일에 들렀다 가는 걸까요? 그것도 5시간이나 기다렸다가.......OTL 다...담배는 피울 수 있을까 그동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흡연실 없는데...
4. 이런 이유로 티켓 발권하면서 알흠다운 직원분께 나의 도시적인 매력과 피곤한 일정을 마음껏 어필하였지만,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같은 건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 그 정도로 찌질거렸으면 예의상 한 번 물어봐 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님?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다이아몬드 고객이야!!
"저 쪽 출국 게이트로 나가시면 됩니다."
소심한 A형 남자는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그냥 가지요.
5. 아. ㅅㅂ... 유로......;;;;; ㅈㄴ 올라서 거의 1800원. 파운드는 거의 2000원. 환전하다 피 토했음.
6. 비행기 시간까지 2시간 남음. 심심해서 몸이 뒤틀림. 비행기에서 쳐 자겠다고 어제 밤을 새다시피 했더니 정신이 혼미함.
1. 일이 드럽게 손에 안 잡힌다. 남이 시킨 일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도 이렇게 미루고 도망다니나...... 이놈의 의지박약과 귀차니즘은 죽을 때 까지 못 고치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2. 조오련씨가 사망하고 그가 좋아했다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 속담의 뜻은 - 원래 의미 : 여기 저기 쑤셔대면 남는 게 없으니 진득하게 한 우물 파라. - 왜곡된 의미 : 열심히 살아야 퇴보하지 않는다. 라고 한다. 거 참........
명언이란 거는 어떻게 해석해도 명언이구만.
3. 3월의 라이온을 다 보고(꼴랑 2권까지 밖에 안 나왔지만), 같은 작가의 전작인 허니와 클로버 보는 중. 오랫만에 감수성 덩어리의 작품을 보았다. 재미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