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린 일요일 오전.
아버지 병실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직은 수술 전이시고, 거동이나 식사 등에 어려움이 없으셔서 집에서 있을 때 처럼 주무실때까지 말상대 해 드리는 것이 전부인 간병.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고, 그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무력함을 느낀다.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때 종교에 의지하는 이유를 -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려고 노력하시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걱정이 되시는 모습을 감추질 못 하신다.
다른 것 보다도 폐에 있다는 그 것이 자꾸 신경쓰이게 만든다.
좋게만 생각하면 수술 전에 꼼꼼한 확인을 위한 조치이겠지만,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X-ray 사진만으로 '별 거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바라게 마련인 것이다.
처음엔 X-ray, 그 다음엔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그리고 조직 검사 이야기까지 나오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빠르면 다음 주 안에 모든 결과와 향후 스케쥴이 잡힐 것 같다.
초조한 한 주가 시작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