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네 : Sookhee.net


 by Sookhee
2009. 3. 16. 17:50 Diary
저니맨 ; Journey Man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니콜라스 아넬카라는 축구 선수가 있다.

그의 별명은 Journey Man.

출중한 개인 기량을 지녔으나, 소위 말하는 또라이 기질과 자기 중심적인 플레이 등으로 한 팀에 정착하지 못 하고 여러 팀을 전전한 그에게 붙은, 그다지 명예롭지 못 한 별명이다.

1995~1996 시즌에 파리 생제르망에서 데뷔한 이후 8개의 팀을 거친 그는 현재 히딩크의 첼시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중이다.

이적한 팀들을 보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파리 생제르망,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페네르바체, 볼튼 원더러스 그리고, 첼시.

확실히 뛰어난 포텐셜을 지니고 있기에 유수의 클럽들이 그를 앞다투어 영입했었으나, 코칭 스태프와의 마찰, 강한 에고이스트로서의 성격 문제, 팀 전술상의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하여 그는 악동의 이미지와 함께 이팀 저팀을 전전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첼시에 몸담고 있으며, 2008-2009 시즌 현재 EPL 득점 선두에 올라 있으나, 그가 몸담은 동안의 첼시의 감독은 무려 3명째(아브람 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이며, 히딩크조차도 올 시즌을 끝으로 러시아 감독에 복귀하기 때문에 그는 조만간 4명째의 감독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감독의 변화가 그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현재 첼시에서의 아넬카는 그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록신 드로그바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첼시의 no.1 원톱이며 EPL 득점 선두.

최근에는 성숙해진 매너와 헌신적인 팀플레이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나는 저니맨이다.

이런 여러 사람 보는 블로그에 자기 커리어를 밝히는 것이 과히 좋은 일이겠냐마는, 9년 가까운 사회생활동안 무려 6개의 회사를 경험해 왔다.

freestyle로 유명한 JC Entertainment, 리니지의 NC Soft, 싸이월드의 SK 커뮤니케이션즈 등을 거쳐 현재는 대학생 입사 희망 1순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과나 인사 평점이 모든 걸 말해 주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회사 생활에서의 평가 또한 항상 상위 10% 이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에 열거했듯이 많은 이직을 해 왔고, 지금 현재도 다른 일터를 찾고 있는 중이다.

내게 중대한 문제가 있는걸까...??



3.
처음에 나는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주지 못하는 회사들에 문제를 돌렸다.

그 다음에 나는 인내심 없는 내 자신을 탓하였다.

그 다음의 다음에는 역시 내가 옳고 내가 몸담은 곳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 다음의 다음의 다음에는 내 인간성에 회의를 품기도 했다.

내가 옳은가?

나는 정말 외눈박이 마을에 간 두눈박이인가, 아니면 지 눈이 두개인줄 아는 눈깔 세개짜리 괴물인가?

나는 과연 조나단 리빙스턴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지 물고기가 입에 맞지 않을 뿐인 조금 이상한 갈매기일 뿐인가?



4.
아넬카는 그의 은사로 볼튼 원더러스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꼽곤 한다.

레알에서 리버풀로, 맨체스터시티를 거쳐 페네르바체로.

프랑스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하는 등, 점점 메이저 무대의 중심에서 멀어지며 내리막길을 걷던 아넬카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그를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불러들였던 앨러다이스 감독.

영입 관련 기사가 떴을 때, 앨러다이스 감독은 "아넬카를 다룰 자신이 있다"라는 인터뷰를 해야 했을 정도로 세간의 아넬카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006-2007시즌에 아넬카와 '빅 샘(Big Sam)' 앨러다이스 감독은 중하위권을 맴돌던 볼튼 원더러스를 UEFA컵에 진출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그 후는 모두 알다시피 첼시에서 소위 '날아다니는' 아넬카의 모습이다.

올 시즌의 그는 명실공히 첼시의 원톱이며, 게으르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사이드 투 사이드로, 혹은 미드필드 이하로 내려와서 수비에 참여하기도 하는 왕성한 활동력을 선보이고 있다.



5.
유비가 없었다면 제갈 공명은 산 속에 칩거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은둔 서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허정무와 히딩크가 없었다면 박지성은 그저 평범한 필드 플레이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없었다면 아넬카 역시 페네르바체에서 더 이상의 임팩트 없이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을지 모를 일이다.

나의 저니맨 시절은 언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나는 미래에 어떤 사람을, 혹은 어떤 회사를 나의 은사로, 나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될까?

내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냥 철없는 투정에 불과한 것일까?

나는 아직 내 전성기를 맞이하지 못 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착각에 빠져있는 수많은 그렇고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인걸까?



어느덧 나이는 30대 중반.

이 나이까지 이런 걸 고민할 것이라고는 처음 회사라는 데에 다니던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p.s
모든 걸 내 탓으로 하기에도, 내 탓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답답한 심정에 되지도 않는 배설글을 싸지른 기분.....


술이나 한 잔 했음 쓰겄네...-_-
사용자 삽입 이미지




Total / Today / Yesterday
Image by sookhee
Tag by Passion
Original Designed by Ritz
Edited by sookhee
Powered by Tattertools